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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 정보

2026 CES '혁신'은 죽었고, '전시'만 남았다 (feat. 대한민국호의 엑스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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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말라비틀어졌다? AI 뇌절이다?

다들 표면적인 기술 정체나 관람객 수 같은 숫자 놀음만 보고 욕하는데,

내가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2026 CES 한국관을 뜯어보면서 느낀 건 단순한 실망감이 아님.

뼈에 사무치는 섬뜩한 위화감이었다.

 

이 화려한 쇼는 정확히 2026년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적나라한 엑스레이(X-ray) 그 자체다.

왜 그런지 기술사회학적으로, 그리고 조직 병리학적으로 해부해준다.

 


하드웨어에 갇힌 임원들의 '콘크리트 미학'

2026 CES의 한국 기업 부스들을 봐라. 이게 단순히 R&D 자금이 '부족해서' 나온 결과물 같냐? 아님.

이건 제조 강국 신화에 취해버린 자들의 '박제된 기술 감각'이다.

지금 대기업 내부 회의 풍경 뻔하다.

 

3040 실무진 엔지니어들이 "상무님, 이제 하드웨어 스펙 경쟁은 무의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맥락 지향 AI(Context-Aware AI)'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핵심입니다"라고 목이 터져라 기획안 올려봤자, 결재 도장 찍는 사장급, 부회장급들이 6070이다.

 

그들 눈에는 2010년대 스마트폰 태동기 시절의 그 압도적인 하드웨어, 세계 최대 크기의 디스플레이, 번쩍거리는 로봇팔이 '초격차의 상징'이고, 형체가 없는 서비스나 플랫폼은 '돈 안 되는 겉절이'로 보일 뿐임.

 

조직의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수혈해주는 혈액을 거부하고 동맥경화가 온 상태.

 

이게 딱 지금 반도체랑 배터리 원툴 믿고 소프트웨어 주권은 빅테크에 다 넘겨주면서 "4차 산업혁명 선도" 외치는 한국 정부의 관료적 의사결정 구조랑 판박이다.

 


도파민을 거세당한 '혁신 호소인'들

기술 박람회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환상(Fantasy)'을 파는 곳이다.

근데 2026 CES의 환상 설계는 철저히 주가 방어에 급급한 주주들과, "나 아직 살아있다"를 증명하고 싶은 꼰대 경영진에게 맞춰져 있음.

 

파괴적인 혁신, 실패를 무릅쓴 엉뚱한 실험? 그런 건 "당장 다음 분기 영업이익 나오냐"는 KPI에 중독된 고령의 경영진들에겐 리스크일 뿐이다.

 

그러니까 기획자들은 '익숙한 맛', 즉 3년 전 챗GPT 등장 때 써먹던 생성형 AI에 껍데기만 살짝 바꾼 '쉬어 빠진 떡밥'을 계속 신기술이라며 내놓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미친 과학자가 없다." 진짜 세상을 뒤집을 괴짜들과 젊은 천재들은 이미 CES 같은 낡은 런웨이를 떠나, 깃허브(GitHub) 속의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규제가 없는 제3국의 샌드박스로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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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고인물 대기업들끼리 모여서 "우리가 세계 최초다", "최고 혁신상 수상했다" 하며 서로 등 긁어주고 보도자료 뿌리기용 트로피를 탐하는 꼴.

 

이게 지금 한국이랑 뭐가 다르냐? R&D 예산 삭감하고 이공계 인재들은 의대로 런(Run) 하는데, 정작 높으신 분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반도체 신화 썼다" 시전하면서 쌍팔년도식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만 강요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무대는 없고, 노인을 위한 기술도 아닌,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기술'만 남았다.

 


침몰하는 타이타닉 위에서의 선상 파티

2026 CES가 슬픈 이유는, 이게 단순히 전시회 하나 망하는 걸로 안 끝나 보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라는 과거의 육체에 갇혀, 소프트웨어라는 영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변화를 거부하다 고립되어 녹슬어가는 거대한 철옹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보여주는 이 행보가, 지금 제조업 몰락과 인구 절벽으로 엔진이 꺼져 서서히 멈춰서는 대한민국 호의 예고편 같아서 소름이 돋는 거다.

 

경영진은 늙었고, 주주도 늙었고, 산업 구조도 늙었다. 아무도 "방향타가 고장 났다"고 말하지 못하고, 침몰하는 배 안에서 부스 조명이 럭셔리하냐 아니냐로 싸우고 있는 꼴.

 

2026 CES는 기술 축제가 아니다. 한때 찬란했던 'IT 강국 코리아'가 어떻게 아집과 매너리즘으로 인해 글로벌 트렌드에서 도태되는지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가장 비싼 고별 무대다.

 

반박 시 형 말이 맞는데, 아마 반박하는 형도 라스베이거스 현장 뉴스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선 느꼈을 거다.

 

이 퀴퀴한 쇠락의 냄새가 전시장 카펫에서 나는 게 아니라, 활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 전체에서 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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