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할게요. 저 2024년 즈음에 AI 처음 막 쏟아져 나올 때 그런 생각 했거든요.
"아, 이제 골치 아픈 논리적 사고니 구조화니 이런 건 AI가 다 해주겠네? 난 그냥 커피나 마시면서 컨펌만 하면 되겠다."
근데 지금 2026년이잖아요.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습니다. 지난달에 팀장님한테 깨지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꼈죠. AI 시대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 즉 'MECE(미씨)'가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걸요.
오늘은 제가 AI 믿고 대충 일하다가 망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MECE를 붙잡아야 하는지 이야기해볼까 해요.
AI는 생각보다 눈치가 없습니다

MECE가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인 건 다들 아시죠? 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말이 좀 어렵긴 한데, 쉽게 말해 '피자 자르기' 같은 겁니다. 피자를 자르는데 어떤 조각은 겹쳐 있고, 어떤 부분은 아예 잘라내지도 않아서 못 먹게 되면 안 되잖아요.
근데 제가 지난주에 신규 프로젝트 기획안을 짤 때 딱 그 실수를 했어요. 그냥 편하게 우리 사내 AI한테 이렇게 던졌거든요.
"야, 이번 2030 타겟 마케팅 기획안 좀 짜줘. 힙한 걸로."
결과가 어땠을 것 같으세요? 겉보기엔 그럴듯했어요. 문장도 매끄럽고 디자인도 예쁘고. 근데 자세히 뜯어보니 엉망진창이더라고요. 온라인 마케팅 방안은 잔뜩 있는데,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계획은 아예 빠져 있고(Not Collectively Exhaustive), 예산 계획에는 인건비랑 외주비가 뒤섞여서 중복 계산되어 있고(Not Mutually Exclusive).
결국 AI는 제가 "어떤 구조로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으니까, 그냥 자기가 학습한 데이터 중에서 아무거나 그럴듯한 걸 가져다 채운 거예요. 멍청한 질문을 하니까 멍청한 대답이 나온 거죠. 진짜 얼굴 화끈거렸습니다.
2026년의 일잘러는 '질문 설계자'입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이제는 AI한테 일을 시키기 전에 제가 먼저 노트에 끄적거려요.
예를 들어 '매출 증대 방안'을 짠다고 치면, 무작정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제가 먼저 큰 가지를 칩니다.
- 고객 수를 늘릴 것인가?
- 객단가를 높일 것인가?
- 구매 빈도를 높일 것인가?
이렇게 서로 겹치지 않게 큰 틀을 먼저 잡아놓고, 그 다음에 AI한테 각 파트별 아이디어를 달라고 시키는 거죠.
이렇게 해보니까 진짜 놀라웠어요. 예전에는 AI가 내놓은 답변을 수정하는 데만 3시간이 걸렸는데, 구조를 먼저 잡고 시키니까 30분 만에 초안이 끝나더라고요. 퀄리티도 훨씬 좋고요.
AI는 빈칸 채우기의 천재지, 빈칸을 만들어내는 천재는 아니더라고요. 그 빈칸, 즉 '구조'를 만드는 건 여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MECE라고 하면 막 맥킨지 컨설턴트처럼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겁먹는 분들 계시죠? 저도 그랬거든요. 근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내가 지금 생각한 것들 중에 겹치는 건 없나?", "혹시 내가 아예 놓치고 있는 큰 덩어리는 없나?" 이 두 가지만 한번 더 체크해보는 습관이면 충분해요.
2026년이 되니까 기술은 엄청 좋아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술을 제대로 부리는 건 가장 기초적인 '생각하는 힘'이더라고요. 도구는 좋아졌지만, 그 도구를 쥐고 있는 손은 여전히 우리니까요.
오늘 업무 시작하기 전에, AI한테 프롬프트 입력창 띄워놓고 멍하니 계시지 말고, 종이에 딱 5분만 먼저 구조를 그려보세요.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기적을 경험하실 겁니다. 저처럼 깨지고 나서 배우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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